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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탐방] 팔만대장경 조판, 그 나무는 어떤 길을 걸었나
  • 이종범 기자
  • 등록 2025-04-11 11:19:42
  • 수정 2025-04-11 17: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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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덕곡·야로면 산길 따라 해인사까지… 조판 이동로 재조명
  • - 나대1구 류*현 씨 “조상들이 걸었던 이 길, 보존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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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야로면 나대1구. 마을 앞에서 시작되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한참 오르막을 걷자 산중턱에서 바람이 불었다. 이곳이 바로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의 조판에 쓰일 나무가 해인사로 옮겨지던 길목, 이른바 '조판 이동로'다.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 그 찬란한 유산의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나무의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목재가 어디서, 어떤 길을 통해 해인사까지 운반되었는지는 지금껏 자세히 조명되지 않았다.


최근, 덕곡면과 야로면의 경계를 넘는 이 산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대1구 마을 주민들은 이 길이 바로 그때 나무를 나르던 옛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릴 적부터 어르신들께서 ‘이 산길은 옛날에 해인사로 나무를 날랐던 길’이라 하셨어요. 직접 소달구지가 지나가던 흔적도 들었고요.”


야로면 나대1구 1번지에 거주하는 류* 현(00) 씨는 산길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기억을 꺼냈다.

그는 “미숭산재를 넘기 전, 재 입구에는 주막이 하나 있었답니다. 나무짐을 실은 이들이 땀을 식히고, 소도 물을 마셨다고 했어요.”라며 옛 조상들의 삶을 생생히 전했다.


실제로 산길 중간중간에는 오래된 돌담과 쉼터 바위, 넓은 터들이 남아 있어 짐꾼들이 쉬었다 갈 수 있었던 장소로 추정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조판 이동로는 단순한 등산로가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대장경을 가능케 한 실천적 유산”이라며 “경로 복원, 탐방 안내체계, 문화자원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도 이 길을 걸으며 역사를 느꼈으면 합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라도 이 길을 지키려 해요.”


류* 현 씨의 담담한 말은 오늘날 우리가 걸어야 할 또 하나의 길을 남긴다.

산길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그 길을 지켜온 이들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는 데에는, 덕곡과 야로를 지나 미숭산재를 넘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발자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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