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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사색
  • 김범식 소설가
  • 등록 2025-12-20 16: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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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색은 지성의 노동이다

영혼의 사색


영혼의 사색 

 

 

 퇴직하면 조직의 이런저런 구속에서 벗어나아무런 걱정 없는 자유로운 사람자유 남자가 될 줄 알았다하지만 가끔 건강돈 등 세속의 온갖 잡것들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와 소용돌이친다

 인간사언제나 하나의 구름이 걷히면 또 하나의 구름이 나타나는가 보다

 왼쪽 어깨에 얹힌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면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어깨에 또 다른 삶의 무게가 놓여있다하나의 걱정이 사라지면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인간사참으로 묘하기 그지없다.

 

 가끔 일상의 혼탁함을 벗어나 하늘을 보거나 땅을 걸으며 깊은 상념에 잠길 때가 있다비로소 라는 존재를 생각하게 된다거창하지만 이것이 바로 영혼의 사색이 아닐까?

 

 다가오지 않은 미래어쩌면 영원히 맞이하지 못할 미래를 걱정하지만지나치게 현실에 집중하며 살아간다면 먹잇감에 집중하는 동물과 뭐 크게 다른 점이 있겠는가

 만약 동물의 무리 중 한 놈이 사색한다면 생존경쟁이라는 무자비한 투쟁에서 그것은 사치나 허영에 불과한 장애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동물의 사색은 곧 굶주림이나 죽음을 예견할 것이다

 

 사람은 동물이 아니다사람은 인간이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영혼은 사색으로 풍요로워진다사색하지 않는 인간은 저급한 동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색은 하루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돌아와 정신의 세계를 여행한다인간은 사색의 들판을 거닐면서 자신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의 굴곡을 완화하고삶의 바닥을 좀 더 다져주고결함의 웅덩이를 조금 메워주고지저분한 상황을 다소 정리해주고판단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그러나 사색이 지나치면 몽상이 된다사색은 생산적이지만 몽상은 파괴적이자 생각의 중독이다사색은 영혼을 풍성하게 하여 인간의 품격을 높이지만 몽상은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빙공착영(憑空捉影)이다몽상은 불가능한 것을 가지려고 하면서 인간의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빅토르 위고는 그의 작품 장 발장에서 사색은 지성의 노동이요몽상은 지성의 향락이다.”라고 말하면서 몽상의 위험을 지적한다

 

 도시 아니 인간이 사는 모든 곳에서는 말 많은 사람은 많으나 생각이 깊은 사람은 드물고삼촌지설(三寸之舌)은 태양 아래 춤추고 사색은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다

 복잡한 현대 시대좀 더 사색했으면 좋지 않을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얼빠진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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