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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 to her
  • 김범식 소설가
  • 등록 2026-02-21 0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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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를 노래하다

Ode to her해변을 달리는 그녀를 노래하다


 한 여인이 달리고 있다. 

 태초의 신선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흰 물꽃이 출렁이는 동해 해변의 모래사장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랑도 아니고 미움도 아니다. 

 욕심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행복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달릴 뿐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뭇 생명들의 애를 태우면서. 

 

 그녀는 가녀린 뺨에 키스하는 비단결 같은 바닷바람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달린다.

 과거의 희로애락을 뒤로하고 그저 달릴 뿐이다.

 그녀는 지난날의 영광과 수치를 뒤로하고 달린다.

 왼발을 내디디며 오른발의 방향을 인식하면서 왼발 오른발 균형 있게 앞을 향해 달린다. 

 마치 날렵한 들짐승이 발아래 대지를 지배하며 달리듯 해변을 마음대로 요리한다. 

 그녀의 계속되는 발자국의 흔적에 바닷물이 고이면서 삶의 화룡점정이 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삶의 궤적을 형성하듯 그녀의 질주는 눈물 어린 영광과 허무의 역사를 이룬다. 


 그녀의 무념의 아름다움을 간파한 갈매기들도 응원한다. 

 끼룩. 끼룩. 끼이룩. 

 하지만, 그녀는 갈매기들의 응원에는 아랑곳없이 마냥 달릴 뿐이다 

 

 아.

 그녀는 누구인가? 

 그대가 밖을 나서면 만물이 상큼한 아름다움에 취해 혼돈에 빠지네.

 그대가 숨을 내쉬면 달콤한 향기가 온 대지를 뒤덮네.

 그대가 휘파람을 불면 대자연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네.

 그대가 입을 열면 모두가 고개 숙여 경청하네.

 

 아. 

 그대가 심심해 던진 돌팔매에 놀란 여린 참새는 날개를 접고 쓰러지면서 덤불 속으로 숨어버리네. 

 그대가 심심해 놀린 말 한마디에 순진한 산토끼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굴속으로 달려들어 가 머리를 처박아버리네.

 아. 

 그대는 이름 모를 남정네에게 슬쩍 얼굴을 비추면서 장난삼아 미소를 날린 야속한 미인인가요?

 아. 

 그대는 지나가는 남정네에게 살짝 눈빛 한 번 주고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이국(異國)의 무정한 장난꾸러기 공주인가요?

 아. 벽에 걸린 동양화에서 잠시 밖으로 뛰쳐나와 세상을 유혹하다가 다시 그림 속으로 숨어버린 동양화의 미인인가요?

 

 아. 

 살짝 그대가 웃으면 세상이 행복해지고 

 살짝 그대가 말을 건네면 노래가 되고 

 살짝 그대가 허공을 향해 팔을 벌리면 공기가 세척되고

 살짝 그대가 걸으면 대지가 입맞춤하고

 슬쩍 그대가 거리를 나서면 뭇 남정네의 눈빛들이 모여드네. 

 

 아.

 그대는 만인의 연인인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대여. 

 그대는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야속한 도둑.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도둑.

 오호라. 

 도둑이지만 도둑이 아니네. 

 

 이쯤에서 노래 한 가락을 뽑자.

 

 Oh. You are my darling!

 You are the apples in my eyes! 

 You are my everything!

 You are the sunshine in my shoulders!

 

 에헤라디야. 쿵더쿵.

 에라디야. 쿵더쿵. 

 어야디야. 쿵더쿵.

 좋구나 좋아.

 방아를 찧자.

 얼씨구나 좋아.

 좋구나 좋다. 

 

 아. 

 세월의 폭탄도 그대만을 피해 간 듯,

 지칠질 모르는 그대의 아름다움. 

 영원히 빛을 발하는 흠모의 보석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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