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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 김범식 소설가
  • 등록 2025-12-24 13: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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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상과 현실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

 

 

 태초의 사과나무에 善果와 惡果가 함께 달려 있었듯이한 가지에 매달린 과일들도 상품과 하품멀쩡한 놈과 벌레 먹은 놈은 물론 그 모양과 색깔이 천차만별이다

 사람의 가슴은 하나이지만 가슴속 마음에는 양립할 수도 도저히 융합할 수도 없는 여러 가지 감정과 성질들이 때로는 독립적으로때로는 다층적으로때로는 얽매여 존재하고 있다예를 들어 선과 악사랑과 증오긍정과 부정 등 서로 다른 색깔과 질감농도와 깊이방향과 향기가 공존하면서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고 얽혀지기도 한다

 이런 이질적인 것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수시로 변화된 이성과 감정의 변화무쌍한 형태로 돌출되어 밖으로 터져 나온다

 그러므로 대부분 인간은 겉과 속이 다르며 인간성은 일관되지 않고 모순을 담고 있다결국 인간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알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은 먹고살아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며 결국에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자의든 타의든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어쩔 수 없이 삶을 영위하게 되어 있다그렇지만한편 남들이 보기에는 현실을 직시하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범부(凡夫)이지만 남몰래 꿈꾸는 이상을 향해 고민하고 사색하는 인간도 있다.

 

 특히 생각이 깊은 인간특이한 사고체계를 가진 인간창조적인 인간예술적 깊이가 있는 인간 등 이색적인 인간은 보통 사람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더 많이 괴로워한다

 그는 언제나 모순의 고달픈 현실 속에서 사회의 인습과 제약을 혐오하면서 순간순간가끔한동안때로는 오랜 세월 동안 현재는 도달할 수 없는 자신의 이상을 꿈꾸며 생각 바라기를 한다혹여나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비록 포풍착영(捕風捉影)일지라도 짝사랑 같은 불가능한 이상을 구애한다

 불행하게도 이상(理想)을 향한 동경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상(異常)해진다그러다가 더욱 이상해지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충직한 개보다 못한세속에 물든 저급한 인간이 본다면 분명 한심하고 미친 행동일 것이다.

 

 어느 날 평범한 한 인간이 갑자기 예술을 향해이상의 실현을 위해 현실의 굴레를 뛰쳐나온다그가 바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이다

 

 그의 기괴한 인생이 생각나 오늘따라 영혼의 눈물이 펑펑펑메마른 대지를 적신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한 가정의 충실했던 가장으로서부모로서남편으로서 17년간 런던의 증권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잘나가던 직장을 내던져버리고 사교계의 아름다운 아내와 가정을 외면하고는 자신의 이상인 예술(그림)을 찾아 홀로 파리로 떠난다

 그는 낯선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최소한의 의식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그림에만 몰두하다가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해준 삼류 화가 스트로브의 도움을 받아 계속 그림을 그린다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의 집에 얹혀살면서 그림에 몰두한다그 와중에 자신을 도와준 스트로브의 은혜를 도외시한 채그의 아내 블랑슈를 빼앗아 동거까지 이르게 되지만 결국 블랑슈를 자살로 내밀게 된다.

 그는 그 사건으로 방황을 거듭하다가남태평양의 섬 타히티로 흘러 들어가 자연이 끝까지 숨겨왔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거기에 감추어져 있는 아름답고도 잔인한 예술의 비밀을 파헤친다

 결국 그는 한센병으로 육체가 썩어가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오두막 한쪽 벽 가득히 대작을 완성하게 된다

 

 한편스트릭랜드의 부인은 사후 발견된 천재 화가의 아내로서 남편의 상품 가치를 놓치지 않고 복제한 제품을 팔아 재산을 축적하고 영리하게 삶을 꾸려가면서세월의 폭탄을 피해 늙거나 여위기는커녕 나이를 느낄 수 없는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남편은 이상(속에서부인은 현실(6펜스속에서 각자 살아간 것이다.

 

  6펜스를 추구하면서 삭막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인은 현실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자신의 이상을 향해 그림을 찾아 떠난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무책임한 인간일까아니면 용기 있는 예술가일까

 그는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얽매인 현실의 직장생활 17년을 얼마나 증오하며 괴로워했을까또한 가정과 직장을 버리고 그토록 원했던 그림에 열중했던 때는 과연 얼마나 만족하며 행복했을까.

 

 지금도 우리 주위 어디에선가 군상 속의 어느 이름 모를 인간이 달(이상)과 6펜스(현실)의 괴리 속에서 종잡을 수 없는 혼돈과 미망(迷妄)의 구렁텅이 속에서각박한 현실의 문명 세계를 혐오하며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지

 혹시 있다면 술 한잔 사고 싶다

 그리고 함께 마시고 싶다

 부어라

 마시자

 이 밤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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