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에 따르면 산불은 한 성묘객이 묘지 정리 중 피운 불에서 시작된 것으로, 실화 가능성이 높다. 발화 직후 초속 15~20m에 달하는 강풍과 극심한 건조 상태가 맞물리며 불길은 순식간에 의성을 넘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북부 5개 시·군으로 번졌다.
이번 산불로 발생한 총 피해 면적은 48,238헥타르로, 이는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한다. 인명 피해도 컸다. 경북에서만 26명이 숨졌고, 경남 산청·하동까지 포함하면 총 사망자는 30명, 부상자도 43명에 달했다. 이재민은 4,193세대 6,885명으로 집계됐다.
주택 2,996채와 농업시설 1,142곳 등 총 4,801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고운사 전소를 비롯해 가운루·연수전 등 국가문화유산도 불에 타 소실됐다.
진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구조적 대응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험한 산악지형에 임도가 부족해 진화 장비 및 인력의 접근이 어려웠고, 강풍 속에서 헬기를 활용한 초기 진화도 제한되며 잔불 제거에 실패하는 등 한계에 부딪혔다.
전문가들은 헬기 등 초기진화 장비 확충과 더불어, 산불 대응 접근로로 기능하는 임도의 확장과 유지관리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잔불 제거 및 재발화 방지를 위해서도 임도는 핵심 인프라라는 지적이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산림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선진국형 리스크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산림·기후·방재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산 확보와 집행의 효율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진화장비 확보, 예방시설 설치, 전문인력 양성 등 관련 예산을 사전 확보하고, 정기적인 감사와 평가 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정책 실현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특히, 단순 현장 대응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재난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행정기관이나 정책 입안자, 국회의원 등에게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초기 진화장비(헬기 등) 확충
임도 건설 및 유지관리 확대
예방 중심의 과학기반 산림정책 도입
정책·예산 책임자 대상 법적 책임 강화
의성 산불은 단순히 불을 끄는 문제를 넘어, 우리가 어떤 국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 묻는 중대한 과제다. 사후 복구가 아닌 예방 중심의 구조적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이제는 무너진 숲을 되살리는 것뿐 아니라,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과 책임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