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먼저 먹을까, 다리를 먼저 먹을까?
술은 소맥이 제맛이다.
마치 술 빚는 양조기술자나 칵테일을 제조하는 바텐더처럼 소주를 먼저 붓고 맥주를 섞어 적당히 말아 폭탄주를 제조한다.
때론 애주가로서 와인 감별사인 소믈리에처럼 향기를 점검하면서 간을 보고 조절하기도 한다.
탁자에 놓인 안주를 다각적인 시각으로 요리조리 탐색해 본다.
통닭이 실팍하게 살찐 발가벗은 몸으로 임을 맞는 섹시한 자세로 목침대에 누워 있다.
신비한 생명의 탄생을 탐구한다.
이놈은 수놈일까, 암놈일까?
먹기만 하다가 살찐 놈일까, 아니면 생각을 너무해 영혼이 살찐 놈일까? 돼지일까, 소크라테스일까?
돼지를 먹어야 하나, 소크라테스를 먹어야 하나?
돼지야 먹을 수 있지만, 어찌 소크라테스를 먹을 수 있으랴!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다. 鷄卵(계란)이라 말할 때 鷄(닭)가 먼저니깐.
달걀을 ‘란계’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분명 그는 세상을 거꾸로 사는 예술가이거나 비상한 천재일 것이다.
철학자는 양계장 집에서 많이 탄생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니깐.
먼저 날개를 먹어야 하나, 다리를 먹어야 하나?
먼저 오른쪽 날개를 먹어야 하나, 왼쪽 날개를 먹어야 하나?
먼저 오른쪽 다리를 먹어야 하나, 왼쪽 다리를 먹어야 하나?
사상가는 술집에서 많이 탄생한다.
오른쪽 날개(우익) 왼쪽 날개(좌익) 어느 쪽을 먼저 먹을까 고민하니깐.
그래서 우파도 좌파도 술집에서 많이 탄생한다.
영문학의 시조 제프리 초서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중세 유럽 문학의 기념비인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술집을 탐욕과 과욕으로 가득 찬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신전’이라고 했다.
오호라. 그렇다면 술꾼은 악마일까? 내가 악마란 말인가? ㅎ
이제, 안주는 남아 있는데 술병이 비었다.
술을 더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도 선택의 고민은 계속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가, 고민의 연속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