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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영광을 위해
  • 김범식 소설가
  • 등록 2026-01-31 12: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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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백수의 영광을 위해탈무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지난날 나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을 존경했었다. 

 일에 미쳐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던 직장 시절, 나는 종종 게으른 후배들에게 탈무드의 그 명언을 말하곤 했다. 

 유능한 직장인, 능력 있는 정치가, 잘나가는 사업가, 힘 있는 권력자도 같은 말을 즐겨 한다. 

 지금 돌이켜보니 탈무드의 명언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무능하고 싶어 무능한가. 누가 게으르고 싶어 게으른가.

 [물론 의도적으로 게으른 놈이 있다. 예를 들어 매우 ‘경제적 인간’도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제적 인간이란 직장인으로서 봉급은 정해져 있는바, 가능한 한 최소의 노력(최소의 비용)만 하고 봉급은 옆 직원과 같이 타는(최대의 효과), 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장인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극도의 경제적 인간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피치 못 할 이유가 있고, 말 못 할 사연이 있다. 다만 보이고 싶지 않은 눈물이 있을 뿐이다. 

 

 사실 누가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모두가 제 몫을 하면서 큰소리치고 제 돈으로 밥 먹고 제 돈으로 술 먹고 싶을 것이다. 떳떳하게 말이다(경제적 인간을 제외하고).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멋지게 일하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자도 있을 것이다. 

 일하고 싶지만, 일터를 구하지 못한 자도 있을 것이다.

 결국, 상황에 따라서는 탈무드의 그 명언도 잔인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 시절, 그 명언을 함부로 내뱉은 것이 후회스럽다. 

 상대방은 나를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한 악마로 생각했을까. 

 

 지금 산책 중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네온사인이 비치는 선술집이 나를 유혹한다.

 혼술의 술잔을 든다.

 “캬아. 술맛 조오타!”

 탈무드의 그 명언이 또 뇌리에서 맴돈다. 

 “탈무드. 넌 개똥철학이야. 모든 게 다 뻥이라고!”

 사실 까놓고 말해, 일하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능력자가 아닐까?

 그러므로, 백수는 진정한 능력자이다. 

 그래서 난 능력자이다.

 술잔을 든다. 

 “백수의 영광과 건강을 위하여! 건배!”

 워쩔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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